대한민국 부동산 전망: 전세가 x 금리

대한민국 부동산 전망: 전세가 x 금리

한국의 주택 가격은 ‘전세’의 구조적 흐름과, ‘금리'라는 시장의 평가 잣대인 멀티플의 곱으로 결정된다.

현재 시장은 역사적으로도 드물게 공급 희소성이 견인하는 내재가치 상승 엔진과 금리 정상화 기대감이라는 멀티플이라는 엔진이 동시에 점화될 수 있는, 잠재적 변동성이 매우 큰 상승 압력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해당 글은 신성철님의 인사이트를 참고하여 작성해본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담론은 언제나 뜨겁다.

정책, 심리, 인구 등 무수한 변수들이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시장의 근원적인 작동 원리를 꿰뚫는 명쾌한 분석 틀은 찾아보기 어렵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현상의 결과인 ‘매매가’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가격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함수를 이해해야 한다.

모든 자산 가격의 보편 공식, 즉 ‘가격 = 성장 × 멀티플’을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에 맞춰 해석할 때, 비로소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전세-매매’ 2단 회로

모든 자산의 가격은 미래 가치의 ‘성장(Growth)’과 그 가치를 현재 얼마에 평가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멀티플(Multiple)’의 곱으로 표현된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이익 전망(성장)과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의 관계로 상당히 익숙한 개념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은 바로 이 보편화된 공식에 ‘전세 제도’라는 강력한 매개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택이 창출하는 본질적인 가치, 즉 ‘임대 가치’는 전세 혹은 월세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전세는 실물자산인 주택의 현금흐름을 대리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Proxy) 역할을 한다.

즉, 기업의 순이익처럼 주택의 내재가치를 측정하는 실무적 기준이 바로 ‘전세가’인 셈이다.

매매가는 이렇게 형성된 전세라는 펀더멘털에 유동성, 시장 심리, 레버리지 같은 외부 요인들이 얹혀 확장되거나 축소된다. 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가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이다. 통상적으로 수도권 60%, 지방 75% 수준의 임계 구간을 넘어서면, 전세가의 상승이 매매가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는 동행 현상이 본격화된다.


2. 전세가 상승의 축, ‘공급’

전세가 상승 동력의 힘은 어디에서 올까? 바로 ‘수급’이다. 흔히 수요와 공급을 함께 보지만,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두 변수의 ‘변동성’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가구 수에 기반한 수요는 인구 구조처럼 장기적이고 완만하게 변하는 상수(Constant)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인구수나 구조는 서서히 변하지만, 급변하지는 않는다. 반면 인허가, 착공, 입주, 멸실로 이어지는 공급 사이클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거나 급감하는, 변동성이 매우 큰 변수(Variable)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상식은 명확하다. 변동폭이 훨씬 큰 쪽이 가격 결정의 키를 쥔다. 예를 들면, 매년 비슷한 양의 쌀을 소비하는 국가에서 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인구 변화가 아닌, 풍년과 흉년이라는 공급 변수인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전세가의 장기 추세, 즉 부동산의 ‘성장’은 압도적으로 공급 사이드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다. 지방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교적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은 일종의 ‘증폭기’ 역할을 한다. 상승기에는 전세가 상승률보다 매매가 상승률이 훨씬 가파르고, 하락기에는 그 낙폭 또한 깊어진다.

향후 약 5년간의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이미 확정된 인허가 절벽과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멸실 물량 증가는 명백한 공급 부족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1기 신도시의 ‘신규 입주 < 멸실’ 구도가 심화되는 2028년 전후가 되면,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전세 시장을 강하게 자극하며 상방 압력의 가능성이 높다.


3. 멀티플의 축, ‘금리’

전세가가 상승이 방향을 결정한다면, 멀티플은 그 속도를 조절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멀티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금리’다. 금리는 세입자가 전세와 월세 중 무엇이 더 경제적인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 전세 비용의 기준: 전세자금 대출 금리 (또는 자기자본의 기회비용)
  • 월세 비용의 기준: 전월세 전환율 (전세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비율)

역사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은 시중 금리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니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이는 전세 수요 감소(전세가 하락)로 이어진다. 즉, 시장의 멀티플이 축소되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전세가 유리해지며 수요가 몰리고, 전세가가 반등하며 매매 시장의 멀티플 또한 확장된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대출 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며 전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이 메커니즘을 보여준 가장 극적인 사례다.

이 멀티플의 힘을 수치로 체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전월세 전환율이 5%에서 4%로 1%p 하락하면, 시장이 평가하는 멀티플은 20배(1/0.05)에서 25배(1/0.04)로 25%나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연 1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붕어빵 가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황 1: 멀티플 20배 (전월세 전환율 5%)

  • 시장이 좀 불안해서, 사람들이 "이 붕어빵 가게는 20년치 순이익 정도면 사겠다"고 생각한다.
  • 이때 가게 가격은? 1억 원 × 20배 = 20억 원
  • 이게 간단히 멀티플 20배의 의미이다. (20억짜리 가게가 1년에 1억을 버니, 수익률은 5%인 셈이다.)

상황 2: 멀티플 25배 (전월세 전환율 4%)

  •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자, 사람들이 "요즘 같은 땐 25년치 순이익은 줘야 살 수 있지!"라고 기대를 높이게 된다.
  • 이때 가게 가격은? 1억 원 × 25배 = 25억 원
  • 가게의 순이익(전세가)은 그대로인데도, 시장의 평가(멀티플)만 바뀌었을 뿐인데 가게 가격이 무려 5억(25%)이 뛰게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 자체(성장)까지 10% 상승한다면, 최종적인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 합산(25%+10%)이 아닌, 곱셈(1.25×1.1)으로 계산되는 비선형적 폭발력을 가지게 된다.

붕어빵 장사로 이어서 예를 들면,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가게의 연 순이익(전세가)이 1억 원에서 1억 1천만 원으로 10% 상승했다고 해보자. 이때 시장 분위기까지 좋은 '멀티플 25배' 상황이라면 최종 가격은 어떻게 될까?

  • 새로운 순이익 (1.1억 원) × 새로운 멀티플 (25배) = 27억 5천만 원

결론적으로, 전세가 상승과 금리 하락이라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날 때 부동산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뛸 수 있다는 뜻이다.


4. 현 국면, 두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구른다

결론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공급이 주도하는 ‘가치 상승 동력’과 금리가 조절하는 ‘시장 멀티플’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과 같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드물게 이 두 톱니바퀴가 동시에 한 방향으로 강력한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중이다.

  1. 전세가 상승: 과거 수년간의 인허가 부진과 향후 본격화될 도심 멸실 물량은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전세가 상승 압력을 만들고 있다.
  2. 금리: 글로벌 긴축 사이클의 정점이 지나고, 시장은 중장기적인 금리 ‘정상화(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멀티플 확장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단 하나의 요소만으로도 시장을 움직이기에 충분한데, 두 핵심 동력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강력한 힘을 가하는 시기는 흔치 않다. 이는 시장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며 향후 수년간 가격의 과대반응(Overshooting)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투자 수요의 쏠림이 심한 수도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변화를 향한 톱니바퀴는 이미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고, 이 거대한 흐름 위에서 기회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관망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시간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향후 적어도 5년 뒤 이 글을 되돌아볼때 쯤 부동산 시장은 어떠할지 매우 궁금하다.